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일본인이 실천하는 고전철학 (동양정신, 겸손미덕, 배려문화)

by yjongryu 2025. 7. 12.

논어

 

일본 사회는 ‘예의 바른 국민’, ‘정중한 문화’, ‘조용한 공동체’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정서는 단순한 민족성이나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 뿌리에는 공자, 노자, 주자 등으로 이어지는 동양고전철학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고전의 정신을 ‘동양정신’, ‘겸손의 미덕’, ‘배려 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봅니다. 한국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동양고전’을 삶에 녹여낸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동양정신 : 일본 유학(儒學)과 무사도에 흐르는 고전 철학

일본에서 고전철학의 영향은 에도시대(1603~1868)에 정점에 달합니다. 특히 주자학(朱子學)은 막번체제의 정치·교육·윤리의 근간이 되었고, 사무라이 계층의 도덕 교과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시기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은 일본 지식인과 무사들의 필독서였습니다.

특히 일본의 무사도(武士道)는 『논어』와 『중용』의 윤리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무사들은 ‘인의예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신(信)’과 ‘충(忠)’을 목숨처럼 여겼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사 정신이 아니라, 내면의 수양을 통한 자기통제력이 핵심이었습니다.

또한, 노자의 도가사상은 일본의 선불교 및 와비사비 문화에 스며들며, ‘자연과 하나됨’, ‘비움과 여백의 미학’을 생활철학으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일본의 다도, 정원, 미학, 건축 등에서 보이는 단순함과 절제는 도가적 감성이며, 이는 고전철학의 생활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겸손의 미덕 : 논어에서 와비사비까지 이어지는 자기 절제

일본인 특유의 겸손한 태도는 외국인들이 일본 문화를 인상 깊게 느끼는 대표적 특징 중 하나입니다. 말끝을 흐리거나, “죄송합니다(すみません)”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겉으로는 과하지만, 그 근간에는 고전에서 비롯된 ‘자기 절제’의 철학이 있습니다.

공자의 『논어』에서 “군자는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는 말처럼, 일본 문화는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말보다 태도로 진심을 드러내는 미덕을 중시합니다. ‘와비사비(侘寂)’는 화려함보다는 부족함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뜻하며, 지나치지 않음을 덕으로 삼는 삶의 태도를 반영합니다.

이러한 겸손은 타인을 위한 외면적 예절이 아니라, 자기 수양의 결과로 보는 것이 고전철학의 관점입니다. 『중용』에서 말하는 “중화(中和)”의 정신, 즉 감정의 균형과 절도 있는 태도는 일본인의 사회생활 전반에 내면화되어 있으며, 이는 겸손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배려문화 : 사회적 질서 속에서 실천되는 인의(仁義)의 정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질서 정연한 사회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정시에 도착하는 대중교통, 줄을 서는 시민들, 쓰레기를 가져가는 관람객들. 이 모든 것 역시 동양고전에서 강조하는 ‘인의(仁義)’의 생활화된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인간 본성 중 하나로 보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인간다움의 출발이라 말합니다. 일본 사회의 배려는 단순한 ‘예의범절’이 아니라,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철학처럼, 일본인은 ‘자기 행동 하나가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자각이 강합니다. 지하철에서 조용히 하기,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기,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는 행동 등은 공동체적 배려가 몸에 밴 문화를 보여줍니다.

배려는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곧 나의 도(道)’라는 인식입니다. 이는 논어의 인(仁), 예(禮), 맹자의 의(義)가 문화 속에서 생활 습관으로 녹아든 결과이자, 고전철학의 실제 적용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 고전은 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일본의 고전 철학 실천은 단지 독서나 학문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조용히 반복되는 실천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인간관계, 말투, 예절, 시간 엄수, 조용한 배려 속에는 고전에서 배운 ‘내면 수양’과 ‘사회적 조화’의 철학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고전은 무겁고 추상적인 사상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일본 사회는 이를 ‘보이지 않는 규범’으로 계승했고, 이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지금, 동양고전은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몸과 태도로 실천할 때 가장 강력한 삶의 지혜가 된다는 사실을 일본 사회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